이 중 우려가 되는 부분은 무승부 부활과 승률방식 변경입니다.
1-1. 야구는 무승부가 용납되는 축구와 달리 무승부가 존재하지 않는 종목이었습니다.
야구뿐 아니라, 배구, 농구 등 많은 종목은 무승부를 경기결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한국적 현실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무승부제가 유지되어 왔지만, 승패를 보여주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무승부는 (특히 팬들의 입장에서) 권장될 경기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무승부 인정시의 파행적 경기운영입니다.
무승부제의 경우 수비를 할 다음 이닝이 없는 마지막 이닝 홈팀 공격은 수비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선수를 교체하는 특권을 가집니다.
엔트리에 선수만 남아 있다면, 포수나 유격수 포지션 선수 타석에 지명타자 선수를 내보내는 등 수비위치와 상관없이 무한정 대타를 쓰고, 출루한 주자를 수비위치와 상관없이 모두 대주자로 교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격과 수비의 딜레마, 제약 속에서 득점하고 실점하는 야구의 원칙이 마지막 이닝 홈팀 공격에서만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12회 무승부제로 무승부가 승률 계산에서 제외되었던 2007년의 경우, 마무리투수가 3이닝을 던지는 등 어떻게든 12회까지만 실점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13회, 14회는 생각할 수 없는 12회 무승부제는 12회부터 역산하여 혹사도 감수하는 비정상적 투수운영을 낳았습니다.
무제한 연장승부라면, 어느 이닝까지 확실히 득점한다는 보장이 없는 한, (비유하자면) 무승부 홀드는 가능해도 (무승부) 세이브는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믿을 만한 투수를 무리시킬 유인은 보다 낮아지게 됩니다.
1-2. KBO는 의도적인 비기기 경기 예방을 위해 종전의 “승/승+패”에서 “승/경기수”로 승률계산 방식을 변경하였다고 합니다.
무승부를 패배와 동일하게 보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도입한 승률계산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2003년, 2004년의 다승제 순위결정 방식과 같습니다.
시즌 종료시 각 팀의 경기수는 133경기로 동일할 것이므로, 승률은 “승/133경기”로 계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5년 다승제를 승률제로 변경한 것은 다승제보다 승률제가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65승 68패의 팀이 64승 8무 61패의 팀을 제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다승제인데, 많은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4년이 지난 2009년이라고 해서 65승 68패의 다른 팀이 64승 8무 61패의 응원팀을 제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을 받아들일 팬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이 방식은 (적어도 승률을 통한 순위경쟁의 면에서는) 마지막 이닝 (직접적 순위 경쟁팀이 아닌) 홈팀 공격에서 원정팀이 좋은 투수를 기용해 패하지 않고 무승부를 기록할 유인을 주지 못합니다.
믿을 만한 투수에게 1이닝을 던지게 해서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이, 경험이 필요한 신인급 선수에게 1이닝을 던지게 해서 패하는 것보다 승률과 순위상 조금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니 순위싸움이 중요한 감독의 입장이라면, 믿을 만한 투수를 여러 명 소모하기 보다는 선수들의 피로를 생각해 12회말 교체한 신인급 선수가 초구에 끝내기 홈런을 맞는 것을 바랄 것입니다.
12회초까지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가 12회말 신인급 선수의 사사구 남발로 허무하게 끝나는 것보다는, 2007년의 의도적인 비기기 경기가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2-1. 그런데 KBO가 결정한 월요일 경기에 대한 사고를 조금만 전환하면, 큰 무리 없이 무제한 연장 승부, 정규시즌 133경기의 장점을 모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화요일을 이동일로 경기일정을 정한적도 있지만,) 페넌트레이스는 기본적으로 화요일~목요일 3연전과 금요일~일요일 3연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KBO는 주말 3연전이 우천으로 취소되는 경우 월요일에 경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주말 3연전 중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가령 10시 30분도 넘고 12회도 모두 종료한 경기)가 있다면 해당 경기를 이어지는 월요일에 서스펜디드 경기로 편성하는 것입니다.
물론 주중 3연전에서 발생한 취소·진행중 경기, 주말 3연전에서 발생했으나 월요일 경기 편성으로도 해소하지 못한 취소·진행중 경기가 남습니다.
이러한 경기는 취소되거나 끝마치지 못한 경기장에서, 두 팀의 경기일정이 잡히면 무조건 편성합니다.
화요일~목요일 3연전은 월요일~목요일 4연전으로, 금요일~일요일 3연전은 금요일~월요일 4연전으로 편성하는 것입니다.
2-2. 이러한 방안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서스펜디드 게임을 통한 무제한 연장승부를 통해 앞서 본 무승부 경기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러면서도 경기수 확대에 따른 경기일정 증가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12회 무승부제가 실시된 2005년, 2006년, 2007년 무승부 경기는 한 시즌 총 504경기 중 각각 10경기, 10경기, 12경기였습니다(2004년까지는 정규시즌 133경기, 12회 또는 4시간 무승부제였습니다.).
최대 12경기를 4로 나누면 한 팀당 약 3경기의 서스펜디드 게임을 하게 됩니다.
(실제 12이닝에 9이닝이 추가되어 21회까지 경기가 진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도리어 13회로 경기가 끝날 확률이 높음을 생각하면 3경기에 훨씬 미치지 못합니다.)
한 팀당 7경기의 경기수 확대(126경기->133경기)를 고려해도 팀당 약 10경기의 경기수 증가에 그치게 되는 것입니다.
시즌 중 약 25번의 월요일에 우천취소 경기들을 그때그때 해소하면 팀당 1~2경기씩 띄엄띄엄 경기하는 잔여경기 편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7시즌의 경우 잔여경기 53경기가 9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한 달 넘게 진행되었습니다.(2008시즌의 경우 우천취소 45경기와 올림픽 휴식기 경기 76경기를 합친 총 121경기의 잔여경기가 편성되었습니다.)
우천취소수 차이에 따른 팀별 경기수의 차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천취소가 된 만큼 가까운 시일 내에 보충경기를 해야 하므로 의도적인 우천취소도 줄 것이고, 우천취소에 따른 팀별 유불리도 개선될 것입니다.
잔여경기 때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하위권 팀들은 경험 목적의 유망주 라인업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들 팀과의 잔여경기수가 많을수록 순위경쟁에서 유리해지는 불공평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시즌 막판 1~2경기씩의 잔여 경기를 대체한 3~4연전 방식이므로 이동횟수를 줄일 수 있어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를 최소화하고 비용절감을 할 수 있습니다.
시즌 막바지 우천 취소 경기가 많은 경우 종종 열렸던 더블헤더 경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월요일 경기가 편성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다른팀 경기 관람을 촉진해 중계방송 시청률, 관중수, 미디어 노출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잔여경기 편성이 최소화되어 페넌트레이스 종료와 포스트시즌, 아시아시리즈, 대표팀 구성 등의 경기일정, 연간계획이 보다 예측 가능해집니다.
P. S. 한국 프로야구도 서스펜디드 경기 규정을 두고 있으며, 1982년부터 1999년까지 총 5차례의 서스펜디드 경기가 있었습니다.
2009년 1월 14일 오전 0시 10분, 무승부와 사실상의 다승제 도입 발표 직후 쓴 글.
KBO에 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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