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부상은 실력부족과 연결된다?


1. 다승 1위, 방어율 1위, 승률 1위로 선동열에 이어 투수로는 프로야구 28년 역사상 두 번째로 2년 연속 MVP를 차지할 것이 매우 유력시되던 SK와이번스의 김광현이, 두산 베어스 김현수의 타구에 맞아 시즌아웃 되었습니다.

타자가 투수를 노려 타구를 치는 것의 어려움, 국가대표 선수로서 김광현과 김현수의 친분 등을 고려할 때, 누구의 책임도 아닌 그저 야구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때문에 김광현의 부상을 김현수 책임론으로 연결하는 주장은 감정론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MLB special의 김홍석 씨 등은, “부상은 선수의 ‘실력’으로 방지할 수 있다.”라는 제목으로 “쉽게 말해서, 김광현이 좀 더 뛰어난 선수였다면 그러한 부상을 입지 않았을 거라는 뜻입니다.” 등 김광현의 부상을 김광현의 실력부족과 연결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서 더 나아가 “김광현 부상은 거의 100% 본인 잘못이죠.”, “이런 일이 계속되면 국가대표 차출을 꺼리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등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 물론 김광현이 높은 타점의 역동적인 투구 폼으로 낙차 큰 커브와 빠른 공을 던지는 것을 포기하고, 교과서적인 투구 폼으로 투구보다 수비능력에 집중했다면, 김현수의 타구를 수비했을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승 1위, 방어율 1위, 승률 1위로 선동열에 이어 투수로는 프로야구 28년 역사상 두 번째로 2년 연속 MVP를 차지할 것이 매우 유력시되던 김광현의 투구 폼은, 김광현의 야구인생에서 거의 처음 당하는 부상을 이유로 쉽게 바꿀 만한 것이 못됩니다.


타자가 공을 피하는 것보다 공을 치는 것이 첫째인 것처럼, 투수 역시 공을 피하는 것보다는 공을 던지는 것이 첫째입니다.

타율 1위, 홈런 1위, 타점 1위로 MVP 2연패가 매우 유력시되던 국가대표 타자가 야구인생에서 처음 사구로 시즌아웃 되었을 때, 홈 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공을 끝까지 보고 치는 타격 폼, 실력부족 때문인 것으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3. 아니 타자의 경우 사구로 인한 부상 등으로 결장이 잦아 2009년 현재까지 83경기만 뛴 SK와이번스 최정이 17개의 사구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몸에 맞는 공은 자주 발생합니다.

따로 집계하지 않는 파울타구까지 포함하면 타자가 몸에 맞는 공은 훨씬 늘어납니다.


반면 투수의 경우 한 시즌에 한 번도 타구에 맞지 않은 투수가 많을 정도로 타구에 맞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타구에 맞아 시즌아웃된 투수의 수비능력 등 실력을 투수의 부상 방지 차원에서 거론한다면, 투구에 맞아 시즌아웃된 타자의 타격폼, 몸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능력은 그보다 몇 배나 강조되어야 할 것입니다.




4. 타자는, 투구를 칠 생각으로 호흡까지 조절하며, 투구에만 집중합니다.

같은 거리에 선 투수는, 주자를 신경 쓰며 쓰러지기 직전까지 온 힘을 다해 타자가 못 칠 공을 던진 후에야, 타자의 타구를 바라봅니다.


타자는, 헬멧과 팔 보호대, 발 보호대 등 안전장치들로 무장하고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서지만,

같은 거리에 선 투수는, 가벼운 모자와 글러브를 제외하면 비무장 상태입니다.


타자는 150km의 공을 상대하지만,

배트의 반발력이 더 해진 타구는 200km로 투수를 향합니다.




5. 투구에 맞아 시즌아웃된 타자의 부상에 대해 타자의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는 야구철학을 가진 사람이, 타구에 맞아 시즌아웃된 투수의 부상에 대해 투수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부당한 점이 있습니다.

투구에 맞아 시즌아웃된 타자의 부상이 타자의 불운 때문이라는 야구철학을 가진 사람이라면, 타구에 맞아 시즌아웃된 투수의 부상에 대해서는 더더욱 투수의 불운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광현의 부상을 김현수 책임론으로 연결하는 주장이 감정론 이상이 될 수 없다면,

김광현의 부상을 김광현 책임론으로 연결하는 주장은 감정론조차도 될 수 없습니다.

Posted by 파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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