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스포츠 - 10점
로렌스 웨너 지음, 송해룡 옮김/박영률출판사

한국의 양대 재벌로 지난 수십년을 군림해온 삼성이란 그룹은 도대체 무엇인가? 삼성이 그동안 국가와 사회에 커다란 공과를 남겼음에도, 나는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업적에 찬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특유의 그룹 문화로 비롯된 첨단의 경영 철학과 관리 기법은 비단 경제계뿐만이 아니라 야구나 축구, 농구, 배구 등 스포츠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런데 이번 선수협의회 탈퇴 과정은 그러한 일련의 과정속에서, 삼성이란 그룹의 성격 및 본질자체에 대한 커다란 회의를 확증했다. 스포츠 마케팅에서의 삼성, 그 존립 목적은 이미 그룹 홍보라는 일차적, 정상적인 면에서 벗어났다.


각 방면에서 일등주의를 표방하는 그룹의 기치를 스포츠에서 적용, 목표로 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이 지극히 정상적, 체계적으로 스포츠계 전체의 발전과 함께하는 것이라면 그동안 삼성이 보여준 선순환적 스포츠단 운영에 부합되는 것으로 오히려 선의의 경쟁적 효과를 타 그룹 및 선수단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일련된 사건, 그중에서도 선수협의회 전원 탈퇴는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뿐만 아니라 삼성 그룹 전체의 민주적, 인본적 체계를 부정하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물론 선수협의회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을 미루어 판단해서라도 선수협의회 탈퇴라는 선택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 구단이 철저히 개입해 각 선수의 입장과 권리를 박탈한 측면의 문제가 있다. 또한 이제 막 태동하려는 선수협의회에, 외부 세력에 의해 조종당하는 단체라는 식으로 비난하며, 전원 탈퇴라는 강경한 수단으로 협의회의 힘을 뺀것은 결코 정당한 대화와 타협의 자세가 아닌 불공정한 행위이다.


외부 세력에 의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발언 및 타의에 의한 전원 탈퇴는 과거 역사에서 '국채상환운동'을 책임자의 자금횡령으로 매도해 중지시킨 파렴치한 자들의 수단과 흡사하다. 더구나 삼성은 야구를 포함한 각 인기스포츠에서 공정의 원리와 협의에 의한 원칙을 깨고 스포츠계의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다.

배구의 경우 지난 4~5년간 거의 대부분의 우수 선수들을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독점해왔고, 더구나 가계약으로 계약금까지 전달된 신진식 선수의 입단을 위해 그룹 산하의 성균관대를 통한 압력 및 감독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써서 성사시켰다. 또한 드래프트제의 추진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미리 대학 4학년생 및 졸업생 대부분과 계약해 LG화재의 대회 불참을 야기, 전력불평등으로 인한 배구계의 발전 저해를 야기시켰다.


축구 또한 막강한 자금력을 통해 선수 육성이 아닌 선수 영입에 만전을 기해 이미 작년의 모든 대회를 우승한바 있다. 옵션 계약을 포함해 거의 6~8억의 연봉을 주기로해 황선홍 선수를 데려온 축구의 경우도 배구처럼 올 시즌도 쉽게 우승할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력불평등은 축구계 전체의 인기를 반감시키고 있다 하겠다.

이같이 스포츠단의 본질을 의심케하는 삼성의 선수단 운영은 이번 선수협의회 탈퇴에서 그 모순을 정확히 드러냈다 하겠다. 그리고 네티즌 및 야구팬들의 강한 불만과 (혹은)논리의 비판은 삼성의 행위에 대한 비난과 분노, 제안의 측면에선 오히려 무척 가벼운 것이다.

현재 이승엽 선수에 대한 질타와 분노는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홈런왕 이승엽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에 의한 것이다. 이는 구단의 강압과 협박에 소신을 가지지 못한 이승엽 선수의 잘못 아닌 실책(실수)이 따르긴 했지만, 구단과 그룹으로서 충분히 결과를 예측했음에도, 이제 막 20을 넘긴 어린 선수에게 기자회견을 시켜 비판을 한몸에 받게한 구단의 책임이 크다. 어떤 면에선 삼성의 선수협의회 탈퇴과정에서 보여진 이같은 현실이, 가장 민주적, 인간적이지 못한 프로야구 구단,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그러한 협의회에 침을 뱉은 삼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설적이게도 삼성의 이러한 비상식적 행위는 스스로 선수협의회의 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미 공정한 경쟁이나 스포츠계의 발전 및 공생, 어린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마저 상실한 모구단에 이러한 발언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바라는 것은 모구단이 저지른 실책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임을 자부해온 삼성이 2년간 타구단을 말아먹고, 갉아먹는데 100억도 넘게 써서 얻은 선수단으로,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한 선수협의회에 참여해 약해진 다른 구단을 누르고, 18년만에 처음 우승했을 때 얻어질 야구팬 전체의 비난과 우롱, 분노를 두려워할 것은 믿는다.


삼성은 이승엽이란 한 선수로 작년 시즌 수천억, 수조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지만, 스스로 그러한 재원을 버리고 이제는 수조, 수십조, 수백조에 달하는 비판과 비난을 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삼성이란 그룹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고(그러한 비경제적 판단을 하면서도 수십년간 현재의 자리을 지탱해온 전략을 알 수 없고) 더욱이 팬들과 야구계 전체의 발전을 전혀 고려치 않고 대화와 협의를 거부한 선수협의회 탈퇴 명령을 내린 삼성 라이온즈라는 구단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쓴 글.

Posted by 파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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